“수준을 떠나 저열하기 짝이 없네”

오마이뉴스가 지난 7월 1일 보도한 국가정보원의 이른바 '댓글공작‘ 과정에서 전라도 등 특정 지역을 비하하며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댓글이 확인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이같은 글은 국정원 심리전단(심리정보국) 요원들이 직접 남긴 게시글 1977건과 찬반 클릭 행위 1711건이 수록된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범죄일람표' 전문에서 밝혀진 것이다. 내용을 보면 과연 국정원에서 했을까하는 수준을 의심케 한다. 

“홍어 종자 절라디언들은 죽여버려야 한다”

“사법부 홍어 씨*럼들 데모쟁이들 다 풀어주고 씨*럼들”

“아따 절라디언들 전부 *져버려야 한당께”

‘홍어’와 ‘절라디언’은 말 마디로 전라도 거주민 또는 출신을 비하하는 말이다. 여기에 배우 문근영씨를 향해서도 “문근영 씨*련 할아비 빨갱이 씨*색*”라며 욕설을 뱉어냈다.

또한 정부에서도 공식 인정한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선 “아는 사람들은 다 알잖아… 간첩들이 폭동 일으켰다는 거” “절라디언 폭도들을 남겨둔 역사의 과오”라고 주장했다.

이로써 1조원이라는 거대 국민혈세로 나라를 지키라고 운영되는 국정원이 고작 대선에 개입하여 국론을 분열시키고 특정 정권 탄생을 위한 도구로 쓰여졌음이 만천 하에 드러났다. 이미 국정원법으로도 명백히 해서는 안될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리고 이같은 불행한 사태가 당시 원세훈 국정원장, 이명박 전 대통령 등 권력의 핵심부에서 나왔을 것이라는 예상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물론 국정원이 북한과의 첨예한 대립관계 속에서도 구국의 용단이었다고 핑계댈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보수정권 탄생을 위한 국정원 댓글 활동은 과거 구국의 반공운동과 비교해도 치졸하기 그지없다.

이미 8,90년대 처절한 민주화과정을 거쳐 선진화로 도약 중인 대한민국 현실에서 과연 지금이 어느 시절인데 지역감정을 이용해 반공운동을 했다는 것인지 실소밖에 나오질 않는다.

그 옛날 말 한번 잘못했다고 어디론가 끌려가 고초를 당해야만 했던 군사독재 시절에 그 어느 지역보다도 분연히 일어섰던 지역이 알고보면 전라도광주가 아닌가. 지금의 언론자유 등 광범위한 민주주의의 확산이 그 누구의 공덕일까?

그런 지역을 빨갱이 집단으로 매도하여, 추악한 정권적 이익을 추구했던 비열한 행위를 고작 간첩잡는 국정원이 한 것이다.

슬픈 일이다. 왜 대한민국엔 종북을 경계하고 자유민주주의의 합리적 가치를 가진 참보수는 없는 것일까? 결국 기득권 유지에 급급한 부패한 상류층, 그들만의 자유민주주의였던가.

불행히도 이런 심각한 상황임에도 지금 국민들의 시선은 온통 ‘NLL 회의록’에 쏠려있다. 재미있게도 ‘국정원 댓글’ 사건이 불거졌을 때, 노무현 전대통령의 NLL 관련발언도 동시에 정치 쟁점화되는 오비이락을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대통령이 NLL 포기발언을 했느니 안했느니, 그 원본 회의록이 있으니 없으니 혼란과 정쟁만 만들더니 어느새인가 ‘국정원 댓글’사건은 그 누구의 의도대로 본질에서 벗어나고 있다. 누가 뭐라도 정부와 여당 보수여론 등의 물타기식 국면전환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의 자체개혁을 촉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상식적인 선에서 과연 이것이 타당할까? 불법을 저지는 자에게 개혁의 칼을 맡기는 것 말이다. 과연 박근혜 정부는 ‘국정원 댓글’에 대한 개혁의지가 있는가.

혹 이러한 난국에도 행복한 60% 대의 국정지지율에 고무되어 극단적으로 대통령 결격사유까지 갈 수 있는 ‘국정원 댓글’ 사건을 버티며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게 아닌지 아까운 시간들이 흘러가고 있다.

또다시 우리사회에 피를 먹고 자라는 민주주의가 만들어져서는 안된다. 역사는 정의롭게 발전한다는 합목적 때문이다. 
<새로운 시각과 전망, 데일리리뷰>